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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토익 만점 수기 / 심재천


제3회 중앙장편 문학상 수상작





1.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제목부터 독특하기 짝이없다. 이제는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곳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특히 취업 후에 영어로 한 마디 할 일도 없는 직업군마저 토익 몇 점 이상 커트라인을 걸어놓고는 사람을 뽑곤 한다. 마치 대하교 졸업장과 같은 기본 소양, 기본 덕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과거에는 어떻게 사람을 뽑았는지 궁금할 정도이다. 이 책 역시 친구의 추천으로 알게 되었던 책인데, 젊은 작가인 심재천의 작품인데, 정말 술술 읽히고 손에서 놓기 힘든 소설이었다. 무엇보다 지금 내 처지, 대학생의 입장에서 너무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었겠지만.

 

  책의 주제는 몇 가지가 있겠다. 토익 공부를 통해 알아보는 대학생의 모습과 낯선 곳에서의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들, 각자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신념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져가는 현대 사회의 모습도 엿볼수 있다.

 

 


2.

 

  일단 소설에서 주인공은 '토익'에 목숨을 건다. 호주에 어학연수를 온 뒤에 그의 모든 행동은 어떻게하면 '토익' 고득점을 받을 수 있을까에 맞춰져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려고 시도하고, 심지어 마약을 운반하는 모습에서는 정말 이런 일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일단 소설이니까... 그리고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나 어학연수를 떠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웃지못할 사연이 많기도 하니까 말이다. 있을법한 이야기인 것도 같다.

 

  나는 아무래도 대학생의 입장에서 읽다보니, 토익의 중요성과 취업, 마지막 부분 토익 만점을 받고 면접을 보는 장면이 기억에 남았고 거기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정말 책에서 나오는 말처럼 요즘 토익이 없이는 취업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토익은 정말 기본소양이 되어버렸다. 왜 이렇게 된걸까? 정말 토익은 중요할까. 기업에서 토익 고득점자를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 생각은 기업에서 수 많은 지원자를 분별하는 방법이 더없이 편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번 공채 공고가 나면 해마다 불어나고 있는 취업준비생들이 모조리 지원하기 때문에 그 경쟁률이 어마어마하다. 그들의 자기소개서와 이력서, 서류심사에서 토익이라는 잣대는 너무나 좋은 기준인 것 같다.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 생각해볼 때도 토익 고득점자는 당연히 그 점수를 얻기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미달되는 지원자들을 가차없이 떨어뜨릴 수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으로 토익 점수를 반영하지 않는다, 학벌을 안본다, 블라인드 면접이다 뭐다해도 전부다 표면적인 것일 뿐. 서류전형에서는 버젓이 어학점수를 써내라고 요구한다. 내가 인사담당자여도 토익 고득점자를 우선 합격시킬 것 같다.

 

  이렇다보니 정작 대학생활에 해보아야 할 다양한 경험을 뒤로한채 방학이나 학기 중에도 그 두꺼운 토익책을 들고다니며, 도서관에서 절반 이상은 토익 공부를 하는 학생들로 가득차있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거기다가 대부분 학생들이 토익을 공부하는 목적은 '남들이 하니까', '뒤쳐지기 싫으니까', '할게 없으니까' 정도라는 것이다. 젊은 대학생들이 그 나이에 할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는게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다. 그나마 토익 공부라도 하고 있는 친구들은 양반이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게임에 미쳐있는 학생들도 많다. 물론 게임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뒤로한채 밤 늦도록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렇게 살고 있는 학생들은 문제가 있다는게 필자 생각이다. 왜냐하면 필자 역시 한 때 그렇게 미쳐있었던 적이 있어서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고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정말 남는게 하나도 없는 시간이었다. 덕분에 그 나이대에 해야 할 많은 것들을 놓쳐버렸다. 혹여라도 지금도 뭐가 중요한지 모르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면 하루 빨리 게임 접고 앞 날을 걱정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물론 앞일을 걱정하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다면 할 말 없다. 인생 맘껏 즐겨라.

 

  너무 감정적으로 써놓은건가. 아무튼 이게 현실이다. 소설 마지막에서 면접관과의 대화가 가관이다. "토익 만점이네?" 세 명의 지원자가 모두 "" 라고 대답한다. 하하. 소설이기에 가능한 이야기일까? 충분히 현실에서도 가능한 이야기일 것 같다. 결국 세 지원자는 같은 조건에서 다른 부분으로 평가 받는다. 그렇다면 거기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경험이다. 내가 무엇을 하면서 살아왔는지, 또한 그와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소설이지만 주인공이 겪은 일. 정말 독특한 경험이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를 듣는 면접관의 귀는 솔깃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뭔가 다양한 경험을 해보아야 하는 것이다.

 

 

 

3.

 

  여기까지가 취업에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이고. 정작 필자의 기억에 남은 것은 주인공의 친구, 먼저 토익 만점을 받고 국내에서 가장 잘나가는 대기업에 입사한 친구의 모습이었다. 가끔 생각해본다. 취업을 하면 모든게 끝나는건가? 우리가 취업을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르긴 몰라도 대다수의 사람들은, 안정된 삶을 살고 싶은 이유일 것이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면서 일정한 연봉을 받으며 안정되게 살아가려는, 그런 삶은 과연 행복할까. 20대 후반부터 정년퇴직을 50대 후반까지 한다고 하면 거의 2,30년을 똑같이 다람쥐 챗바퀴 굴러가는듯한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네 아버지 세대는 개발도상국일 당시 우리나라에서 나라가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강한 동기로 그런 삶을 살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많은 사람이 고학력으로 사회에 나와서 깨인 생각을 하며, 계속 반복되는 일에는 싫증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과거에 비해서 훨씬 이직이나, 조기 퇴사 후 자기의 꿈을 찾아나서는 등의 경우가 적지 않다.

 

  책에서 주인공은 그 친구에게 부러움을 느끼며, '나도 너처럼 되겠다' 라는 꿈을 품고 호주로 날아간다. 호주에서 온갖 경험을 하고 돌아와서 다시 만난 그 친구는 번듯한 대기업에 대해서 나쁘게 이야기하며 회사를 때려 치우고 싶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기분이 상해서 그러면 '회사 그만둬' 라고 말하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실제로도 대기업의 간판만 보고 입사했다가 막상 일을 하면서 현실에 부딪히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주위에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대학생,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진짜 중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 회사를 들어가려고 하는 이유가 뭔지 말이다. 돈인가? 아니면 근무여건? 정말 그 기업의 간판? 이런 것들을 보고 선택했다면, 분명 회의감을 느끼는 날이 있을 것이다. 좋아하는 일만을 해도 그럴진데, 그렇지 않은 일을 선택했다고 한다면 얼마나 더 힘들겠느냐 하는 이야기이다. 어떠한 목표를 설정했을때. 그것을 달성하는 것도 역시 중요하지만, 그것을 달성하고 나서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달성했다는 성취감이 크지만 그것은 그 순간, 얼마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허무함을 느낀다거나 목표를 잃는다면 큰일이다.

 

  '나의 토익 만점 수기' 에서 주인공을 예로 들어보면, 결국 주인공이 선택하는 회사는 해외영업을 하는 기업이다. 소설 안에서는 처음부터 그것을 주인공이 원했는지는 나오지는 않지만, 토익점수가 600점이 안되었던 것으로 보아 그건 아니었던 것 같다. 흔히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대학생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주인공은 호주 어학연수, 그 안에서의 겪은 특별한 경험들을 통해서 '영어'에 자신감을 갖게 되었음과 동시에 결국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결말을 내놓지는 않으나 주인공은 그 귀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잘해나갈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다른 것들보다 비록 토익이라는 동기가 있었으나 호주까지 혼자의 몸으로 날아갈 생각을 하는 그 용기를 본받고 싶다. 이 시대의 대학생들과 취업준비생에게 심재천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 꼭 읽어보라 권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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