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을 쫓는 아이 / 할레드 호세이니
The Kite Runner
이번에 읽은 책은『연을 쫓는 아이』이다. 지금껏 읽었던 소설이라던지, 에세이는 주로 국내의 도서, 혹은 유럽이나 미국을 무대로 씌여진 책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표지에서도 보여지듯, 중동을 배경으로 주인공의 어린시절 풍족하고 평화로웠던 배경에서부터 전쟁터가 되어버린 2000년대 중동지역의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그에 따라 변화하는 주인공의 삶을 통해서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주인공 아미르는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던 아이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부러울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아버지가 원하던 운동에는 소질이 없었고 오히려 글을 쓰는데 흥미를 갖게 된다. 위 문장에서처럼 강인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의 아버지와는 달리 허약한 체질이던 아미르에게 실망한다. 그 뒤 아미르는 아버지의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하게된다.
아미르는 어린 시절을 하인 하산과 함께 보내게 된다. 하산은 아미르에게 항상 충직했고 아버지가 원하는 아들의 모습에 더 부합하는 아이였다. 그래서인지 아미르는 하산에게 종종 장난을 치고는 했다. 그가 까막눈인 것을 이용해서 책의 내용을 자신 마음대로 읽어주는 등의 장난이었다. 하지만 두 아이는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 뗄수 없는 사이가 되어간다.
공산당의 쿠데타와 소련군이 들어오면서 아미르의 가정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p.58
아미르가 연날리기 대회에서 우승하던 날, 최후에 떨어진 연을 잡으러간 하산은 과거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던 아세프와 맞닥뜨리게되고 그에게 성폭행을 당하게 된다. 아미르는 이를 지켜보았으나 도움을 주지 못한다.
p.114
이 일로 아미르와 하산 사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하고 급기야 아미르는 하산을 도둑으로 몰아 집에서 쫓아내고 만다. 그 이후 아미르의 집은 적들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가게 되고 아프가니스탄의 재앙을 피하게 된다.
부당하긴 하지만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이,
때로는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이 평생을 바꿔버릴 수도 있다, 아미르.
p.216
아미르는 미국에서의 생활에 점차 적응해가며 어른이 되어 간다.
소야라 타헤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보다 나은 사람이었다.
용기가 그중 하나였다
p.251
작품에서 아미르의 아내가 되는 소야라 타헤리는 자신의 과거를 아미르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반면 아미르는 하산과 있었던 일에 대해서는 아내에게 말하지 못 한다. 성인이 되어서까지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떨쳐내지 못하고 계속 살아가는 아미르의 모습에서 안타까움을 느꼈다. 또 타헤리와 결혼했으나 아미르의 마음 한 구석에는 하산의 일이 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미르는 미국에서 작가로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다.
그때 아프간에서 어린 시절 자신의 글 실력을 유일하게 믿어주던
라힘 칸이라는 사람에게서 연락을 받게 된다.
p.298
아프간을 다시 찾은 아미르는 라힘 칸에게서 하산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p.313
파르자나가 아이를 사산했다. …
파르자나는 오두막집에서 하루 종일 울부짖었다.
어미의 울음소리에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아미르 잔. 그런 소리를 부디 듣지 않기를 바란다.
p.314
아미르는 미국에서 타헤리와의 결혼 생활에서 아이를 갖는데 번번히 실패하고 하산도 아내의 사산에 아픔을 겪는다. 어미의 울음소리에 정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라고 말하는 라힘 칸의 말처럼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앉아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로 필자의 동생은 무사히 태어났으나 1년도 안되어 세상을 떠났다. 가끔 그 생각을 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또 부모님 역시도 당시 얼마나 힘들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비록 한 번도 내색하지는 않으셨지만.
하산은 아들 소랍을 얻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탈레반이 아프간에 들어온다.
그들은 이제는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찾아올 것으로 믿는다.
p.320
하산의 죽음
p.328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하산과 아미르의 재회를 기대하며 읽었으나 어린 시절의 이별 뒤에 끝내는 서로 말 한마디 할 기회 없었던 하산의 죽음에 너무나 허망한 느낌이었다.
아미르는 만약 하산을 쫓아내지 않았더라면 그와 같이 허무하게 죽음을 맞지 않았을 것이라고 죄책감을 느끼며
하산의 아들 소랍을 찾아달라는 라힘 칸의 제안을 선뜻 수락하지 못 한다.
p.338
드디어 밝혀지는 아미르와 하산의 관계. 아미르는 충격을 받고 드러난 사실에 괴로워한다.
p.339
아미르는 소랍에 대해서 책임감을 느끼고 라힘 칸의 제안을 받아들여 아프간으로 갈 결심을 한다.
p.345
다시 돌아온 고향의 모습은 마치 오래 잊고 있던 친구를 우연히 만났다가
그가 집도 절도 없이 고생하며 가난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상황과 비슷했다.
p.367
"저 사람이 자기 다리를 판다는 말이오?"
p.388
먹고 살기 위해서 자신의 다리까지 파는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의 내 생활과 대비하여 생각 해보게된다. 저번 카네기 행복론에서 기억에 남았던 구절, '나는 신발이 없음을 한탄했는데, 거리에서 다리가 없는 사람을 만났다.' 라는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해야 한다는 사실과 비록 우리 나라도 전쟁 중인 국가이지만 휴전 중인 우리와 달리 여전히 총칼로 서로를 죽이고 있는 분쟁 지역을 생각한다면 지금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땅은 천국이 아닌가라는 생각. 비록 소설 속의 모습이지만 너무나 사실적인 표현들에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내 말은, 이해는 하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p.505
이 책을 읽은 이라면 필자와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과연 저러한 상황에서 소랍을 입양하기 위한 절차가 의미가 있는 것일까? 해당 기관에서 정해진 규정은 물론 중요하지만 어디에서든 예외는 있는 법이 아닐까? 그 끔찍한 곳에서 아이를 구해내어 안전한 곳으로 데려왔으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 여겼던 곳에서 이런 대답을 듣게된 아미르는 결국 소랍에게 이 이야기를 전하고 난 뒤 다시 아내로부터 소랍을 입양할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는 소식을 알게되지만 이미 소랍은 아미르의 말에 모든 것이 무너져버렸다.
용서란 요란한 깨달음의 팡파르와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소지품들을 모아서 짐을 꾸린 다음
한밤중에 예고 없이 조용히 빠져나갈 때 함께 싹트는 것이 아닐까?
p.538
이 작품에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 꽤나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느꼈다. 위에서 언급했던 부모의 사랑,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성인이 되어서도 미치는 영향, 아프가니스탄의 안타까운 역사와 탈레반의 만행, 미국으로 이민간 사람들의 생활 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닫아버렸던 소랍이 점차 마음을 열어갈 것이라는 '희망' 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과거 하산이 아미르에게 그랬던 것처럼, 소랍에게 '너를 위해 천 번이라도 그렇게 해주마' 라고 말하며 연을 쫓아 달려가는 마지막 아미르의 모습과 소랍의 희미한 미소에서 그들에게 조금씩 행복이 찾아들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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