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
이번에 읽은 책은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이다. 저자의 글이 아니라 여러 시들을 엮어서 책으로 내놓은 것인데, 시집이라기보다 인생에 대한 잠언, 격언이 가깝다. 책 제목부터 마음을 확 사로잡았고 내용도 역시나 정말 좋았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무엇보다 가볍게 읽을 수 있고 글 하나 하나 가슴에 와닿지 않는 것들이 없었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잘랄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시이다. 봄의 정원으로 오라. 그곳에는 꽃과 술과 촛불, 그대를 위한 것들이 있다. 그렇지만 그대가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 만일 그대가 온다면 꽃과 술과 촛불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대가 온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좋은 음식, 장소 따위의 것이 아니라 바로 그대, 당신,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생각해본 시였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책 제목에 사용된 시이다.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내가 받은 느낌은 주위의 시선 따위, 과거에 겪은 상처, 어쩌면 그 어느때보다 힘든 지금의 상황 같은 것들에 집착하면, 마음쓰면 시에서 말하는 춤추는 것, 사랑하는 것, 노래하는 것, 일하는 것(돈이 목적이 아닌) 그리고 살아가는 것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시를 통해서 전해준다.
샤를르 드 푸코 / 나는 배웠다
나는 배웠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뿐임을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린 일
나는 배웠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신뢰를 쌓는데는 여러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임을
삶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가 아니라
누가 곁에 있는가에 달려 있음을 나는 배웠다
우리의 매력이라는 것은 15분을 넘지 못하고
그 다음은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 자신을 비교하기보다는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삶은 무슨 사건이 일어나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달린것임을
또 나는 배웠다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사랑의 말을 남겨놓아야 함을 나는 배웠다
어느 순간이 우리의 마지막의 만남이 될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두 사람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지 않는게 아님을 나는 배웠다
그리고 두 사람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게 아니라는 것도
두 사람이 한 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를 수 있음을
나는 배웠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해 주지 않는다 해서
내 전부를 다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나는 배웠다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지 않는 것과
나의 믿는 것을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
이 두가지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나는 배웠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을.
이 시에서 특히 마음에 들었던 마지막 부분, "아무리 내 마음이 아프다고 하더라도 이 세상은 내 슬픔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웠다." 그렇다 이 세상은 내가 힘들든, 기쁘든 끊임 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하고 있는 일에서 내가 빠진다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런식으로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스스로 집착?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수업에 한 번 결석하면 큰일나는줄 알고 지금껏 살아왔다. 그래서 고등학교까지 생활기록부에는 자랑스런 개근상이 자리하고 있다. 군생활에서도 내가 맡은 역할이 정말 중요하고 내가 없으면 세상이 끝나기라도 할 것처럼 아파도 아픈 기색하지 않고 힘들어도 참고 견디며 살아왔던 것 같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할아버님의 장례식때, 다른 활동 때문에 수업을 빠져보고 하면서 아, 세상에 내가 없어도 돌아가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웬지 씁쓸한 기분이들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세상에 없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 역시 함께 하게되었다. 내가 인상적으로 느낀 부분 외에도 글귀 하나 하나가 모두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막 / 오르텅스 블루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우선 사막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사막은 정말 쓸쓸한 곳인 것 같다. 그 넓은 땅에 사람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동물이나 식물도 없는 모래뿐인 곳이다. 그런 곳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서, 때로 뒷걸음질로 걸었다고 한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말이다. 무슨 의미를 담아내고 있을까, 외로움과 그것을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스스로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다. 나는 여기에서 사막을 인생에 비유하고 싶다. 인생 역시 사막처럼 끝없이 펼쳐진,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땅덩어리 같은 것이 아닐까. 그리고 주위에 사람들과 많은 물질이 있지만 결국 인생의 마지막에서는 모두 내려놓고 가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모두 부질없는 것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끝이 없을 것만 같던 사막도 걷다보면 오아시스를 발견하기도 하고 동행(사람, 동물)을 만나게 된다. 계속 계속 걷다보면 사막의 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인생도 계속 나아가다보면 좋은 기회와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그와 같은 외로움도 끝나게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문재 /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정말 좋은 시. 하지만 나는 아직 생각나는 사람이 없으니, 외로운 사람인가보다. 내가 강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나 너무도 오래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지다보니 그런가보다.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 체리 카터 스코트
삶이 하나의 놀이라면 이것이 그 놀이의 규칙이다
당신에게는 육체가 주어질 것이다
좋든 싫든 당신은 그 육체를
이번 생 동안 갖고 다닐 것이다
당신은 삶이라는 학교에 등록할 것이다
수업시간이 하루 스물네 시간인 학교에
당신은 그 수업을 좋아할 수도 있고
쓸모없거나 어리석은 것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충분히 배우지 못하면 같은 수업이 반복될 것이다
그런 후에 다음 과정으로 나아갈 것이다
당신이 살아 있는 한 수업은 계속되리라
당신은 경험을 통해 배우리라
실패는 없다, 오직 배움만이 있을 뿐
실패한 경험은 성공한 경험만큼
똑같이 중요한 과정이므로
'이곳'보다 더 나은 '그곳'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당신을 비추는 거울이다
어떤 삶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필요한 해답은 모두 자신 안에 있다
그리고 태어나는 순간
당신은 이 모든 규칙을 잊을 것이다
삶이 하나의 놀이라고 표현한 것부터가 재미있는 시. 하지만 그 내용은 인생에서 꼭 알아야할 것들이다. 특히 실패에 대한 표현이 좋았다. 저번에 실패는 다시하라는거야. 라는 내용을 포스팅한 기억이 있는데 그 말도 맞지만 여기에서의 표현, "실패는 없다, 오직 배움만이 있을 뿐" 이라는 것도 성공한 경험만큼 똑같이 중요한 과정이라는 말이 실패가 두려워 선뜻 시도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것 같다. 또 관심을 끄는 부분은 "태어나는 순간 이 모든 규칙을 잊을 것이다." 라는 부분이다. 사실 이런 잠언들을 살면서 한번쯤 누구나 접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잠깐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가도 이내 잊어버리고 그 전의 삶을 되풀이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나도 그렇다. 그렇더라도 이따금 접하면서 내가 지금 나아가는 것이 맞는 방향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것 / 잘랄루딘 루미
내가 무엇을 행하고 있는 지
나는 알고 있는 것인가.
내가 나를 소유하는 순간은
숨을 들어 마시는 동안인가
아니면 내쉬는 동안인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음에 무엇을 쓸지,
연필이 알고 있는 정도
또는 다음에 어디로 갈지
그 연필심이 짐작하는 정도
이 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뭘까. 아무리 뛰어난 학자라도, 신앙심이 깊은 성직자라도 미래를 알 수는 없다. 한 치 앞도 알수없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다음에 무엇을 쓸지, 연필이 알고 있는 정도" 바로 눈 앞에 현실에 충실하는 것. 당장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않는 것 정도가 아닐까.
세상의 미친 자들
그렇다. 지금껏 세상을 바꾼 사람들은 정말 이런 남과 다른 생각을 했던 사람들이다. 어디선가 99%의 사람들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출처는 잘 기억나지 않으나 어떤 학자가 했던 이야기라고 한다. 0.1%의 사람들의 생각이 세상을 바꾸고 0.9%의 사람들은 뛰어난 통찰력으로 바뀐 세상을 잘 살아가며 99%의 사람들은 그저 앞에서 이끄는대로, 시키는대로 살아간다는 정도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어느정도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저 물흐르듯, 따라가기만 하고 있는 것일지 모르니 말이다.
뒤에야 / 진계유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소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한가하게 썼음을 알았네
문을 닫은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의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여기에서는 후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아마 마음에 와닿았던 시들이 대체적으로 지금 내 상황에 필요한 말들을 해주는 시였던 것 같다. 이 책을 포스팅하는 지금도 진작 했어야라며 후회중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런 후회도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또한 경험이 아닐까? 시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것을 '해본 뒤에야' 알 수 있는 것들처럼.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위의 시 '뒤에야' 와 비슷한 내용이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것들, 어머니의 마음이 아니면 알지 못하는 것들이지 않을까? 아무리 좋은 글을 읽고 다른 많은 것들을 배웠다고해도 말이다. 세상에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는 것 같다.
여러 매체의 발달로 얻는 것들 외에도 잃는 것들도 정말로 많다. 요즘은 어딜가나 따라다니는 스마트폰이라는 녀석이 골치다. 이런 것들을 활용하여 편리한 점을 얻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할 것 같다. 당장 나도 이것이 없으면 엄청나게 불편함을 느끼게 될 것 같으니까 말이다. 지금의 편리함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을 것 같다. 가끔은 빈손으로 나가보는 것도 필요해보인다.
감옥에서 쓴 시라고 하는데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긍정적이로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더 테레사 본부에 붙어 있다고 소개된 이 시는 우리가 옳은 행동을 하게되면 세상은 그 행동에 대해서 좋게 받아들이지 않고 부정적으로, 옳은 행동에는 무엇인가 대가나, 보상의 심리가 숨어있기 때문에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를 앞에서 언급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옳은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왜 우리는 이런 불편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옳은 행동을 해야 할까? 우리가 하는 행동들이 옳은가 그른가에 대한 문제는 각 개인이 판단하고 선택하는 것이어서 쉽게 이야기하기 힘들 것 같다. 각 개인이 추구하는바가, 옳다고 느끼는바가 다를 수 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일반적으로 옳다라고 하는 것들, 시에서 예를들면 용서, 친절, 성공, 정직하고 솔직함, 좋은 일, 위대한 생각, 소수의 약자를 존중, 공들여온 일들, 평화와 행복 등을 행하게 되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당장 비난 받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 자신만은 옳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니까. 나를 위해서 그러한 옳은 행동을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
맺음말에서 저자는 우리나라 시를 교육하는 방법에 대해서 비판하며, 교사들이 분석해주는 시는 마치 곤충의 날개를 찢고, 더듬이르 잘게 부수고, 등껍질을 다 벗겨내 마침내 죽게 만드는 행위라고 언급하며, 훗날 직접 싲비을 사들고 와서 혼자만의 방에서 조용히 소리 내어 시를 읽었을 때 비로소 시가 하나의 '의미'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이 생각에 대해서 공감도 되었다. 내 생각에는 '시'를 학생들에게 읽어오라고 한 뒤에 각자의 생각을 발표하게 하는 방식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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