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래야 갈 수 없는 고향"을 "가려야 갈 수 없는 고향"으로 써야 합니까? 만약 그렇다면 "집에 갈래."의 경우도 "집에 가려."로 써야 하는 것 아닙니까?
"갈래야 갈 수 없다."는 "가려야 갈 수 없다."로 써야 옳습니다. 비표준어인 '갈래야'는 동사 '가다'의 어간에 어미 '-(으)ㄹ래야'가 연결된 것으로 분석됩니다. 어미 '-(으)ㄹ래야'는 '-(으)ㄹ라고 해야'가 줄어든 형태로 봐야 하는데 '-(으)ㄹ라고 해야'의 '-(으)ㄹ라고'는 비표준어이기 때문에 '-(으)ㄹ래야'가 비표준어가 되는 것입니다.
(1) *참을라고 해도 참을 수가 있어야지.
(2) *아무리 숨길라고 해도 진실은 숨길 수가 없더군.
위의 말들은 모두 아래와 같이 써야 합니다.
(3) 참으려고 해도 참을 수가 있어야지.
(4)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진실은 숨길 수가 없더군.
즉 '-(으)ㄹ라고'는 '-(으)려고'로 써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으)ㄹ라고 해야'에서도 '-(으)ㄹ라고' 대신에 '-(으)려고'를 넣은 '-(으)려고 해야'가 옳은 말이 될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5) 먹으려고 해야 뭐라도 먹이지.
(6) 숨기려고 해야 소용없어.
그런데 국어에서 '-(으)려-'가 들어간 말은 다음과 같이 줄어듭니다.
(7) ㄱ. 어디를 가려느냐?(←가려고 하느냐)
ㄴ. 나가려는데(←나가려고 하는데) 전화가 왔다.
ㄷ. 고향을 떠나려니(←떠나려고 하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ㄹ. 친구를 만나려다가(←만나려고 하다가) 바빠서 못 만났다.
(7)을 보면 '-(으)려고 하-'는 '-고 하-'가 빠지는 과정을 거쳐 '-(으)려'로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으)려고 해-'도 똑같이 줄어듭니다.
(8) 먹으려야(←먹으려고 해야) 먹이지.
(9) 숨기려야(←숨기려고 해야) 소용없어.
이러한 까닭으로 '갈래야 갈 수 없는 고향'은 '가려고 해야 갈 수 없는 고향'이나 줄어든 형태인 '가려야 갈 수 없는 고향'으로 써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집에 갈래."를 "집에 가려."로 쓸 수는 없습니다. "집에 가려."가 표준어인 "집에 가려고 해."에서 줄어든 말처럼 보이지만 표준어에서 쓰이지 않는 "집에 가려."를 인정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집에 갈래."가 비표준어인 "집에 갈라고 해."에서 줄어든 말처럼 보인다 해도 현재 널리 쓰이고 있는 "집에 갈래."가 표준어인 것은 분명합니다.
줄어든 말 | 원래의 말 | |
집에 갈래(○) | ← | 집에 갈라고 해(X) |
집에 가려(X) | ← | 집에 가려고 해(○) |
그렇기 때문에 '집에 갈래'와 '집에 갈라고 해'와 연결하여 설명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으)ㄹ래'를 '-(으)ㄹ라고 해'와 연관 지을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서 '-(으)ㄹ래'를 독립적으로 다루어 뜻풀이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따라서 '집에 갈래'와 '집에 가려고 해'가 맞는 말이며 이 둘은 의미가 비슷하지만 '줄어든 말'과 '본디 말'의 관계는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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