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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인문학 : 소중한 나를 찾아서 - 후기 본문
어느덧 무더웠던 여름의 끝자락입니다. 아침과 저녁에는 선선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이죠. 하늘은 높아지고 말은 살찐다는 뜻의 ‘천고마비’의 계절. 하늘도 맑고 선선하여 활동하기 좋기 때문에 독서의 계절로 불릴 만큼 좋은 계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지구에 위치한 ‘첨단도서관’
매주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광주의 위쪽에 위치한 첨단지구의 첨단도서관을 찾았습니다. 첨단도서관에서는 주민들에게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날 참여했던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주관하는 ’2015년도 공공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중 하나로 어머님들을 위한 ’엄마들의 인문학‘이었습니다.
도서관은 공원 안에 위치해 있는데 버스 정류장과 가까워 찾아가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강의 시간이 가까워지자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어머님부터, 60대로 보이는 어머님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어머님들이 강의실을 가득 채웠습니다. 그리고 독서지도사인 서지은 강사님이 들어오시고 근황을 이야기하시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강의가 시작 되었습니다.
▲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재미있게 강의를 해주신 독서지도사 ‘서지은’강사님
가을, 그리고 소중한 엄마들의 삶
강의 주제는 어머님들 각자 자신의 소중함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한 분을 지목해 시 한 편을 낭독했습니다. 조병화 시인의 ‘가을’이라는 시였는데 가을을 ‘소년이 어려운 학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에 빗대어 쨍쨍한 햇볕 아래 덥고 힘들었던 시기를 지나고, 소년이 어른이 되는 것처럼 의젓하게 가을이 다가온다고 표현하는 시였습니다.
특히 시와 문학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하며 ’단 몇 행만으로도 모든 것을 다 표현하고도 남음이 있고 이를 만인이 함께 공감할 수 있게 하니 문학의 시조답습니다. 문학을 통해 인류의 태동을 처음으로 알린 것도 시라는 문학이었고 거대한 인류의 역사와 위대한 자연의 이야기들과 인생들의 깊고 본질적인 이야기부터 소소한 삶의 이야기까지 시라는 문학이 이 모든 것을 처음 기록하며 전했기에 어떤 문학 장르 보다 이 시라는 문학이 어렵기도 하지만 감동과 울림은 더욱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라고 딱딱한 느낌의 문학, 그리고 시의 중요성을 쉽게 풀어 설명 하셨습니다.
그리고나서 시의 주제였던 가을, 계절과 우리의 삶을 연관시켜 볼 수 있다는 이야기로 진행되었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은 어쩌면 인생에서 유년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각각 비슷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침, 점심, 저녁, 밤 역시 같은 맥락으로 우리의 삶 역시 계절처럼 흘러가고 있고 어머님들의 나이인 장년기에 해당하는 가을은 바쁘게 달리며 방황하기도 했던 청년기, 여름을 지나 안정적이기도 하고 뒤를 돌아보며, 노년기인 겨울을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특히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기도 하여 뿌린 것을 거두는 등의 멋진 의미도 갖고 있다는 것도 귀 기울여 들었던 내용이었습니다.
가을을 맞이한 어머님들의 삶은 과연 어떨까요?
‘어느 날부터 나라는 존재는 사라지고 남편과 시댁 그리고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게 되면서 내 이름 석 자는 온데간데없고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누구누구 엄마와 누구누구 아내라는 사역적 호칭을 부여받고 그 무거운 책임감으로 소중한 자리를 지켜내고 있는 우리들인데 현재 우리에게는 과연 <나>라는 개인이 존재할 수 있을까요?’
▲ 주제가 본격적으로 다뤄지자 사뭇 진지해진 어머님들의 모습
결혼 후 자녀가 생긴 뒤에 어머님들은 자신을 잊은 채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오래전부터 내려온 유교의 남성 중심 사상으로 여성들의 삶은 지금까지도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공감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의 삶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
소중한 나 자신을 찾는 방법으로 ‘어른의 진정한 의미는 얼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정신이 들어찬, 생생한 기가 가득하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단순히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어른이 된 것이 아닌 정신이 성숙해져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설명을 간단히 언급한 뒤에 호칭에 대한 설명으로 이어졌습니다.
흔히 결혼을 해야 어른이 된다는 옛말, 그리고 결혼 후 각자 불러지는 남편, 아내라는 호칭도 남편의 의미는 ‘가장자리에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달라’는 뜻이 있고 아내의 의미는 ‘안의 해’라는 의미로 집안에서 해의 역할을 통해 따듯하게 보살피고 ‘살려내는 일(살림)을 한다.’라는 뜻으로 그렇게 불리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아내의 본분이 바로 살려내는 일이라는 뜻의 ‘살림’인데 살려내는 일에는 몸을 살려내는 일과, 정신을 살려내는 일로 나누어 볼 수 있고 각각 밥 짓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등등의 가족의 건강과 안위를 위해 힘쓰는 일과 지혜로 남편과 가족을 내조하는 역할, 예를 들어 평강공주와 바보온달에서의 평강공주나 신사임당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한 마디라도 놓칠까 집중하여 경청하는 어머님들의 모습
이처럼 우리가 단순히 생각했던 남편과 아내라는 호칭만 해도 이러한 깊은 뜻을 지니고 있는데, 오히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바로 ‘이름’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는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이름‘의 의미
‘내가 태어났을 때 아무것도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는 우리네 부모님들께서 나에게 주신 첫 선물! 그것은 무엇일까요? 내 인생을 온전히 바꿀 수 있었던 보물섬이 그려져 있는 보물지도의 암호 같은 인생최고의 선물이었는데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소중한 내 이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름의 뜻을 풀어보면 아주 멋진 뜻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이 고심하여 지어주시거나 심지어 돈을 주고서라도 짓는 바로 그 이름, 진정한 의미는 모른 채 단순히 호칭으로만 사용해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 이름 안에 담겨진 부모님의 가장 값지고 소중한 보물 같은 선물이 담겨 있었으니 자신의 이름의 뜻을 바로 알고 어려서부터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면 그 인생은 당연히 성공했을 것이라고, 자신의 이름이 갖는 진정한 의미도 모른 채 호칭으로만 사용하여 오신 분들은 다는 아닐지라도 대부분 성공하지 못한 삶을 살고 계실 거라는 이야기였습니다.
부모님의 내게 주신 최고의 이름값을 찾아서 앞으로의 나의 남은 생은 내 이름처럼 살아가야 되는 것, 이것이 바로 강의 주제인 ‘소중한 나를 찾아서’의 진정한 의미라고 하며, 늘 옆에 갖추어 두고 가르침으로 삼는 말이나 문구 혹은 인생을 전환시키고자 할 때 소중하게 간직하는 명언이나 문구인 ‘좌우명’은 다른 그 어떤 것보다 바로 자신의 이름 석 자라는 것을 기억하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강의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어머님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였지만 누가 들어도 좋은 주제였고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할 중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매주 마지막 수요일에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첨단도서관에서 진행된 ’엄마들의 인문학’ 강의는 이번 강의를 포함하여 총 3회에 걸쳐 진행되며 주말에는 문학답사여행도 떠난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문화가 있는 날’ 관련하여 더 다양한 기관에서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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