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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 박민규 장편소설





1. 1분 스피치


- 이번 주는 연휴도 있고 해서 푹 쉬었고 수목금만 학교에 나가면 돼서 금방 일주일이 지나가더라구요. 그동안 다소 헤이해진 마음을 다잡고 취업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초점을 맞춰가고자 다짐했던 한 주.



2. 책 이야기


2.1. 전반적인 생각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이 책의 가장 큰 주제는 프로의식, 모든 사람들이 프로가 되려고 아등바등 하는 현대 사회를 꼬집는 책이 아니었나 싶었어요. 현재 사회체제인 자본주의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경쟁에 뛰어들어야하는 제 모습을 돌아보게 해주더라구요. 저는 사실 굳이 따지자면 삼미슈퍼스타즈에 가까운 삶을 살아온 것 같네요. 굳이 남보다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았고 수능이라는 큰 산을 수시로 쉽게 넘어왔으며,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힘들게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고생을 하지도 않은, 일찍 학교를 마치면 친구들과 어울리고 하고싶었던 게임을 하고. 마치 소설 후반부에 팬클럽 회원이된 스타크래프트의 <주종족>들처럼요. 하지만 그랬던 제 삶도 당장 취업이라는 목표 앞에서 어쩔 수 없이 남들과 경쟁해야하는, 토익점수나 학점, 활동들을 갖고 남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임을 피력해야하는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했네요.


2.2. 책‘s 키워드들

 

야구이야기, 타이거즈

- 우리 기아타이거즈를 생각해보면 삼미슈퍼스타즈만큼 못하는 팀은 아니기에. 야구 이야기로 큰 공감은 되지 않으나, 책을 통해서 야구에 대해서 조금 더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된 것 같다.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들

-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 사람들에게 오락을 주어 정치나 사회에 관심을 잊게 만드는 정책?


팬클럽 활동을 해본 경험.

- 리틀 삼미슈퍼스타즈에 가입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참 귀엽기도 하고,

- G.O.D의 컴백, 거의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열광하는 당시 팬들의 모습.

- 소녀시대 삼촌팬들, 군 부대에서 위문공연 온 가수들

- 그리고 그들이 사라졌을때의 상실감?


이들이 1할 2푼의 승률을 끌어안은 이유..

- 단지 그 연고 지역이라는 이유

- 유대감, 연대감... 우리 나라는 그런 것들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인생

- 인생은 야구의 축소판이다.

야구와 인생, 참 변수도 많고... 내일이 되기 전에는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다. 9회말 2아웃 역전의 드라마.


꼴찌

- 만년 꼴찌 삼미슈퍼스타즈.

- 꼴지도 즐거울 수 있음을?

- 오히려 꼴찌의 입장에서는, 가장 낮은 입장에서는 따라잡힌다는 마음이 들지 않으므로 오히려 즐거울 수 있을 것 같다.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희생정신.?? 자비??

- 예수는, 성격에서 네가 가장 낮은 자에게 행한 것이 나에게 행한 것이라고 말하는데. 종교적인 생각을 떠나서 정말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대기만성


프로

- 그러기에 뭐하러 프로같은 것이 돼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책 후반부에서의 내용은 마치 혜민스님의 이것과 비슷한 것 같은데. 바쁜 일상을 멈췄을 때 비로소 하늘을 보게된 주인공처럼. 그 기간이 짧든 길든, 잠깐의 휴식과 여유는 필요한 것 같다. 물론 당시의 상황을 (군부독재와 IMF등) 온전히 받아들이고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을지 모르지만.


IMF

- IMF시절 나는 뭐모르던 꼬맹이였는데. 각자 기억하는 IMF 시절의 이야기가 있나요?


2.3. 좋았던 구절


-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


- "소속"이 인간의 삶을 바꾼다. 130


- 나의 지구는 그 새로운 종들과 함께 느리게 느리게 재구성 되어가고 있었다. 그랬다.

세계는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성해 나가는 것이었다. p242

- 요는 말이지. 어쩌다 프로가 되었나. 라는 것이야. 생각해봐, 우리는 원래 프로가 아니었어. 그런데 갑자기 모두 프로가 된거야. 그 과정을 생각해보란 말이야. 물론 프로야구가 세상을 바꾸었단 얘기가 아냐. 요는, 프로야구를 통해 우리가 분명 속았다는 것이지.

속아?

그럼. 전부가 속았던 거야. '어린이에게 꿈을! 젊은이에겐 낭만을 !'이란 구호는 사실

'어린이에겐 경쟁을 ! 젊은이에겐 더 많은 일을 !' 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보면되. p243

- 신은 사실 인간이 감당키 어려울 만큼이나 긴 시간을 누구에게나 주고 있었다.

즉 누구에게라도, 새로 사온 치약만큼이나 완벽하고 풍부한 시간이 주어져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없다는 것은, 시간이 쫓긴다는 것은 . 돈을 대가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지난 5년간 내가 팔았던 것은 나의 능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시간, 나의 삶이었던 것이다.

알고보면. 인생의 모든 날은 휴일이다. p264


-

6위. 삼미 슈퍼스타즈: 평범한 삶.

5위. 롯데 자이언츠: 꽤 노력한 삶

4위. 해태 타이거즈: 무진장 노력한 삶

3위. MBC청룡: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한 삶

2위. 삼성 라이온즈: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한 삶

1위. OB베어즈: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삶.


6위, 꼴찌가 평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네요. 평범의 기준을 꼴찌로 설정하니 그 위로 자리잡고 있는 팀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좋든 싫든 이미 이 경쟁속에 들어와 있는 상황 속에서 삼미슈퍼스타즈처럼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을까요?



2.4. 정리가 잘 된 블로그 글


나는 이미 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 회원이었다. 몇 년 전부터 말하곤 했었다. "호랑이가 토끼를 사냥할 때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자신의 발을 박지성의 발처럼 만들지는 않는다." 아마 맹자의 책에서도 읽었던 것 같다. 최선의 70%만 다하는 직업을 택하라고. 30%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무슨 일이 발생하더라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실제로도 그런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내가 최선을 다했을 때 나타나는 신경질적인 상태와 과민해지는 대장이 싫다. 내 삶은 작품 중 조정훈의 삶과 점점 유사해지고 있다. 중딩 때 이후 '필사적'이었던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것이 독서다. 줄거리가 궁금한 게 아니라 '읽는 그 자체'가 즐거운 책이었다. 그 어떤 만화책보다 맛깔나는 말장난 그 자체만으로도 웃기다. 오쿠다 히데오처럼 상황으로 만들어내는 개그가 아니라 한국어 자체의 유희여서 박민규가 한국어 소설가라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래서 자칫 장난처럼 읽힐 수 있는데, '한겨레문학상'을 괜히 받은 게 아니다. 개그 속에 박혀 있는 뼈가 무겁고 날카롭다. 중등 독서 논술 수업을 올해도 계속했다면 이 책으로 자본주의 수업을 꾸렸을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자본주의에 길들여져 있었는지는 '평범'에 대한 정의만 내려도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다. 박민규는 역사상 최악의 야구팀이라고 할 수 있는 삼미슈퍼스타즈는, 못한 게 아니라 평범했을 뿐이란다. 평범이 죄악이 된 것은 '프로' 즉, 자본주의 문법 속에서 독해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특히나 이 책이 쓰인 시기이자 지금까지 대한민국 기득권이 놓지 않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승자독식 구조다. 모든 영광이 1등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해지는 것을 '프로 스포츠'가 내면화시켰다.

 

  사실 이상한 것은 승자들이다. 1등 한 OB는 허리가 고장나 드러누웠고, 2등 한 삼성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노력했다. 그 아래 등수도 이미 자기 삶이 없는 것처럼 -그래서 작품 중 화자가 이혼 당하는 것처럼- 자신의 이름과 이혼한 듯이 야구에 모든 노력을 쏟아부었다. 자본주의는 그것을 순수, 열정으로 포장하며 권장하지만, 사실은 평범을 이탈한 괴물을 만다는 것이다. 이것을 야구 이야기를 통해서 기가 막히게 풀어냈다.

 

평범 vs 프로

 

- 평범한 인생이라면, 대부분 4할에서 5할 정도의 승률을 유지할 것이며, 운이 좋은 인생이라면 6할에서 7할 정도의 승률을 유지할 것이고, 비록 운이 없는 인생이라 해도 아무튼 3할에서 4할 정도의 승률은 유지하기 마련인 것이다. 더군다나 소년이라면, 하늘의 특별한 도움 없이도 쉽게 꿈과 낭만에 젖어들 수 있는 소년이라면-그 승률은 좀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1할 2푼의 승률을 숙명처럼 끌어안고 사는 소년들이 있었다. 60



- 그 8:0의 패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아니 ‘일각’이라는 표현조차 너무 거대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패배가 우리 앞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리그가 전개되면서 서서히 삼미는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 게임 한 게임 그것은 분명 평범한 패배가 아니었고, 뭔가 야구의 상식이 무너지는 느낌의 패배였고, 우주의 역행과 자연의 순리를 거스른다는, 그런 느낌의 패배였다. 63

 

- ‘프로’라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가치관에 대한 열띤 토론과 찬사를 불러일으켰고 급기야 각계각층, 남녀노소, 신사숙녀, 지휘고하를 막론한 모든 이들이 <어느날 아침 눈을 떠보니 프로가 되어 있더라>라는 신앙 간증을 하게끔 만드는-거대한 부흥회와 같은 성격으로 세상을 회개시키기에 이르렀다. 뭐랄까, 마치 지구를 역행시킨 슈퍼맨처럼 그것은 빠른 속도였고, 그래서 시간을 되돌린 슈퍼맨처럼 세상을 눈 깜짝할 사이에 재구성해버린 것이다. 물론 아무도 죽지 않았고,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으며, 산 안드레아스 단층도 무사하기는 마찬가지였다. 76

 

- ① 이젠 프로만 살아남는다. ② 난, 프로라구요. ③ 프로의 세계는 약육강식의 세계 아닙니까? ④ 하루빨리 프로가 되게. ⑤ 허허, 이 친구 아마추어구먼. ⑥ 맛에도 프로가 있습니다. ⑦ 이러고도 프로라고 말할 수 있나? ⑧ 프로의 정식 명칭은 ‘프로페셔널’이다. ⑨ 프로는 끝까지 책임을 진다. ⑩ 그녀는 프로다, 프로는 아름답다. ⑪ 프로주부 9단 77-78

 

- 거짓말처럼 흰 눈이 내렸던 그해의 크리스마스 날, 삼미는 27명의 선수 중 11명을 방출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게도 미워했던 그들의 이름을 보는 순간, 나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85

 

- 평범한 야구를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 이 얼마나 적확한 표현이란 말인가. 그러나 거기서 파생하는 또 하나의 의문. 확실히 평범한 야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삼미는 그토록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팀으로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걸까. 그것은 아마 기록과 순위의 문제 때문이겠지. 라고 나는 생각했으나, 곧 평범한 야구라면 최하위를 기록할 이유가 없다는 쪽으로 다시 생각의 흐름이 바뀌어갔다. 그렇다. 평범한 야구란 6개의 팀 중에서 3위나 4위를 달리는 팀의 야구를 일컫는 말일 테지. 그럼 왜? 결론은 프로였다. 125

 

- 실로 무서운 프로의 세계가 아닐 수 없다고 16살의 나는 생각했다. 그럼 평범한 삶보다 조금 못하거나 더 떨어지는 삶은 몇 위를 기록할 것인가? 몇 위라니? 그것은 야구로 치자면 방출이고, 삶으로 치자며 철거나 죽음이다. 그런 삶은 순위에 낄 자리가 없다. 평범한 삶을 살아도 눈에 흙을 뿌려야 할 만큼 치욕을 당하는 것이 프로의 세계니까. 126

 

- 결국 문제는 ‘평범’의 기준에 관한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평범인가? 거기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도 저에, 1980년대의 세상은 3위 MBC 청룡과 4위 해태 타이거즈를 하나로 꽉 묶어주는 새로운 용어 하나를 만들어낸다. 중산층. 이 파워풀한 단어는 그 후 세상을 바꿔나가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굥한다. 이 하나의 단어로 인해 이제 확실히 도표의 3, 4위가 새로운 평범의 기준이 된 것이다. 무진장 노력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노력하는 결코 평범하지 안은 사람들이- 127-128

 

  프로의 맥락 안에서 삼미슈퍼스타즈를 응원하는 '나'는 움츠러든다. 등수는 계급이다. OB 팬들이 부럽다. 최소한 부평에서만 태어났어도 OB를 응원할 수 있었을 텐데 인천에서 태어난 자신이 원망스럽다. 삼미슈퍼스타즈가 패배를 거듭할수록 인천도 패배에 찌든 칙칙한 도시처럼 보인다. 이처럼 '나'가 불행해진 것은 우연적인 요소 때문이었다. 하필 삼미슈퍼스타즈가 인천을 연고로 삼았기 때문이었을 뿐, '나'의 잘못은 없다. 롤즈는 정의론에서 이런 우연적 요소를 제거하라고 하지만, 자본주의에서는 다른 출발선을 무시해버린다. 한국에서는 아예 좌좀으로 매도해버린다. 박민규 작가는 짧막하게 직구를 던진다.

 

Q1. 우리는 얼마만큼의 승률로 세상을 살아가나. 작가의 말처럼 보통 4할에서 5할 정도의 승률인 것도 같다. 


Q2. 평범이란 어떤 것일까. 흔히들 하는 말로, 흔녀, 평범한 사람..., 평범에 대한 각자의 생각은?


Q3. 

 

- 부유층에는 지랄에 가까울 정도로 노력하거나 결국 허리가 부러져 못 일어날 만큼 노력한 얼굴들이 묻혀 있어야 할 터인데, 16살의 내 머리로는 왠지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16살의 소년에게 세상은 한꺼번에 이해할 수 잇을 만큼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129


Q. 부유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 간의 차이는. 


  OB의 박철순은 허리가 부러지는 노력이라도 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부모의 부에 의해서 부를 대물림 받는다. 게다가 삼미의 장명부는 박철순을 너머 30승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지만 그에 대한 적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 너무 자본주의다웠다.

 

  자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기득권은 노동자들을 조장하기 위해 없는 '위기'를 만들어 내어 늘 위기이기 때문에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는 하위 계층은 여기에 대한 자각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자본주의 논리에 젖어든다. 하긴 개별 인간이 대항하기에는 미국이라는 자본주의 프렌차이즈 본점의 물량 공세는 너무 크다.

 

-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총체적 위기라는 사실을 몇 번 말해야 알아듣겠는가? 자네가 진정한 프로라면 이미 그 사실을 인지하고, 이미 이때쯤이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이 위기의 극복 방안이라도 마련하고 있었어야지. 안 그런가? 지금 자네의 질문이 프로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나? 자넨 지금 무루파 앙그앙그가 흘린 피를 욕되게 할 생각인가, 앙? 92

 

- 리그의 1위 팀 더 그레이트 앙골라 부두스의 감독과 골프를 치던 감독은 8회 말쯤 더그아웃으로 돌아왔고, 그는 역시 구조조정만이 우리의 살길이라며 코칭스태프 1명과 11명의 선수를 방출했다. 1명의 선수가 모자랐음에도 불구하고, 8회까지 아프리칸 담발라스가 73:4로 앞서갔던 그 경기는 결국 92:8로 아프리칸 담발라스가 승리했다. 상대 팀의 감독조차 ‘이렬 필요까지야’라며 실소를 금치 못했지만, 아프리칸 담발라스의 총체적 위기를 몰랐던 그가 무엇을 알 수 있었겠는가. 아무튼 감독은 기뻐하는 선수들 앞에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던 우리 팀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으며, 이는 모두 여러분의 덕분이었다. 더불어 이런 우리의 노력으로 리그 33위의 순위가 지금 막 확정되었다.’라는 열변을 토했다. 94-95

 

- 6월 항쟁의 ‘우리’와 대통령 선거일의 ‘우리’는 같은 ‘우리’인가?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가? ‘우리’란 무엇인가? 라는 물음들을 -나는 낡았지만 최근에 청소를 한 내 방의 창틀 너머로 계속해서 던져보았다. 어둠은 대답이 없었고, ‘우리’는 모두 잘 자고 있었다. 139

 

- 간혹 그들의 열정을 보며 작년 여름에 가졌던 혁명가의 꿈이 되살아날 때도 있었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혁명을 꿈꾸는 사람은-필요 이상으로 순수하게 ‘우리’를 믿거나,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소속’을 바꾸려는 야망-둘 중의 하나를 지녀야 한다고 당시의 나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정도의 순수하지도 않았고, 그 정도의 포부가 크지도 않았다. 149

 

- 다들 돼지발정제를 마신 것처럼 땀을 흘리고 숨소리가 거칠어져 있어. 아무래도 놈들이 원하는 건 돈과의 교미가 아닌가 싶어. 이미 마신 이상은…… 그 끝을 보지 않을 수 없는 거지. 어쩌면 우리가 대학을 간 것도 다 그걸 마셨기 때문이야. 지금은 느끼지 못해도 좀더 시간이 흐르면 알게 되겠지. 여하튼 땀이…… 나고 숨소리가 거칠어질 테니까. 내가 왜 이러지? 난 결백해…… 하며 똑같은 짓을 하게 될 거라고. (중략) 나, 너, 우리, 대한민국에게…… 놈은 차곡차곡 그 약을 타온 거야. 너도 명심해. 그 5분이 지나고 나면, 우리도 어떤 인간이 되어 있을지 몰라……. 182

 

- 틀렸어. 그런 건 모두 껍데기에 불과하다니까. 미국의 주력 산업은 자본주의의 프랜차이즈야. 프랜차이즈! 알겠어? 그 일환으로, 또 마침 82년은 수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해이기도 해서 놀란스와 프로야구가 함께 거래된 것이었지. 물론 처음엔 <섹스>와 <프로>를 함께 수입하라는 조언을 들었겠지? 물론 <섹스>는 양념이니까. 즉 <프로>를 더 잘 배양하기 위한-유산균 발효유로 치자면 올리고당과 같은 존재였지. 244

 

  여기에 대한 대응으로 박민규가 택한 것은 삼미슈퍼스타즈가 보여준 평범으로의 회귀였다. 사실 평범한 것은 어렸을 때 나오는 소품으로도 몇 번이나 묘사된다. 그러나 1등의 이데올로기가 통용되는 세상 속에서 평범한 것을 몸에 지니고는 세상에 부착하고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믿었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믿음 밖으로 뛰쳐나왔을 때, 진짜 자기 이름으로 된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

 


- 확실히, 어린이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선물은 무엇 하나 빠뜨릴 게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것은 인생에 반드시 필요한 것들로만 구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컬러 스타 카드나 브로마이드는 그렇다고 쳐도, 도대체 스포츠가방과 야구모자, 야구잠바와 사인 볼, 선캡과 방수 돗자리도 없이-나는 어떻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걸까. 47

 

- 집으로 돌아가는 일만이 남아 있었다. 증거를 없앤다는 생각에 무심코 티셔츠와 모자와 수건을 정류장의 쓰레기통에 버리려는데 조성훈이 정색을 했다. “뭐 하는 짓이야!” 요컨대 고별전의 티셔츠와 모자와 수건만큼은 평생을 간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21

 

- “당분간 쉬지 그러니?” 저녁을 먹으며 조성훈이 말했다. 어디서 많이, 가 아니라 아내에게 늘 듣던 말이었다. 농담할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웃기만 했다. 아내와 달리, 놈은 혀를 끌끌 차며 ‘어쩌다…… 프로 따위가 된 거지?“라는 이상한 말을 덧붙였다. 222

 

- <자신의 야구>가 뭔데? 그건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다>야. 그것이 바로 삼미가 완성한 <자신의 야구>지. 우승을 목표로 한 다른 팀들로선 절대 완성할 수 없는-끊임없고 부단한 <야구를 통한 자기 수양>의 결과야. 251

 

-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 줄 알았던 그 시절도, 실은 국수 가락처럼 끊기 쉬운 것이었다. 빙하기가 왔다는 그 말도 실은 모두가 거짓이었다. 실은 아무도 죽지 않았다. 죽은 것은 회사를 그만두면 죽을 줄 알았던 과거의 나뿐이다. 262

 

  자본주의에 대응하는 이 책의 결말이 공상과학 소설의 상상 과잉 같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했을 뿐이어도 그런 처지가 될 것이며(p.222), 세상은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구성해 나가는 것이고(p.242), 시간은 원래 넘쳐 흐르는 것(p.264)이므로,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물론 자본주의 안에 사는 한, 자본주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자본주의 문법에 자신을 제물처럼 바치고 자신의 삶과 이혼 당한 채 사는 것은 더 바람직하지 않음은 분명해 보인다. 야구가 되었든, 프라모델이 되었든, '내 시간'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다.

 

  프로 인생을 벗자.


2.5. 이 책의 최고 반전..!? 과 코멘트들


- 혹시 이 책 최고의 반전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작가 박민규님이 OB 열혈팬이라는 것입니다~


- 중반까지 이 책이 작가 본인의 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그 정도로 구성이 뛰어났고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이 강했습니다.


- 다 읽고난 후에야 작가는 삼미의 팬이 아니었다는 얘길 들었는데, 뒤통수를 한대 맞는 느낌이더군요. 어라, 이 작가 대단한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분명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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